2010. 2. 16. 15:59ㆍ세상을 보는 눈
MIX TRANS FORM_트랜스젠더
윤제욱
2월 17일부터 ~ 2월 28일까지
사진전문 갤러리 카페<포토텔링> www.phototelling.net
phototelling@gmail.com, 02-747-7400 이현석
양지용
한참 전에 청탁을 받고 며칠 전에 사진을 받았는데, 지나치게 예쁘고 날씬한 여인들, 뇌쇄적이기까지 한 그녀들을 보며 무척 난감했다. “심지어” 그녀들은 모두 성전환수술을 했다! 윤제욱 작가가 모든 사진작가들의 대표가 아니고 그가 만난 트랜스젠더들이 세상의 모든 트랜스젠더들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먼저 이 전시가 윤제욱 작가의 바운더리 안에 있는 몇몇의 단면임을 잊지 말자!
마치 이전에는 없었는데 최근 들어 생긴 것인 양, 우리 모두 한참 호들갑을 떨었다. 그 호들갑에서 나름대로 가장 진보적이며 호의적인 반응은 “이해한다”이다. 다른 이의 존재를 마치 자신이 판단해야 하는 문제인 것처럼.
타인의 존재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할 일이지, 이해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 호들갑의 결과로 생물학적인 성과 성정체성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긴 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트랜스젠더들에 대해서 보고 싶은 면만 보려한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유행처럼 머릿속에 간신히 조금 받아들이긴 했지만, 호기심을 넘어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고 싶지는 않아서일까. 예쁘지 않거나 늙은 MTF(male to female)들은 시선 바깥에 있고, 같은 맥락으로 FTM(female to male)들의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트랜스젠더는 생물학적인 성과 다른 성정체감을 갖는 사람이다. 성전환수술이 트랜스젠더의 전제조건은 아니며, 다만 그들의 머리와 마음이 스스로를 어떤 성으로 인식하는지가 중요하다. 실제로 성전환자들은 태어난 몸에 원래의 성이 갇혀 있다고 생각한다. 성전환수술은 건강과 경제적 여건, 주변의 심리적 지지 등이 뒷받침 될 때 가능하고, 모든 트랜스젠더가 성전환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성전환수술이 트랜스젠더에게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남자인데 여자의 몸을 갖고 있다거나 여자인데 남자의 몸으로 사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워서이다.
사진이 모든 슬픈 모습들을 담아내고 있지는 않지만, 차림새나 몸짓과 달리 가볍지 않은 느낌의 그들에게서 그들 삶의 고단함을 읽기 어렵진 않다. 그들이 자신의 성을 되찾았다고 해도 그들이 가진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아서일 터이다. 저 사람들은 뭘 해서 먹고 살까. 얼마나 힘들게 학교를 다녔을까. 건강보험도 안 되는 수술비를 어떻게 마련했을까. 빚은 얼마나 있을까. 가족들과는 계속 만나고 있을까. 그들이 청하지도 않은 걱정이 끝이 없다.
그리고 문제의 끝에는 먹고사는 문제가 있다. 트랜스젠더들은 다른 어떤 이들보다 더 먹고 살기 힘들다. 자의든 타의든 사람을 대상화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니다. 감정노동은 감정이 잠시 상하는 게 아니라 영혼의 크기를 작게 만드는 것이다. 한국 트랜스젠더들의 고단한 모습이다.
존재만으로도 뭇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존재만으로도 윤리적인 의심을 받아야 하고, 주변사람들에게 죄 없이 미안한 그들의 난감한 상황을 낱낱이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난감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윤제욱 작가의 카메라 앞에 자신을 내보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고마울 것 없는 세상과 말하려 하는 트랜스젠더들을 보다 진지하게 보아야 한다.
MIX TRANS FORM
윤제욱
대한민국 사회에서 트랜스젠더들에게 제도권에 편입을 허락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광고와 방송에서의 노출 후에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해도 아직도 사회의 편견과 차별 속에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곳에서 수많은 트랜스젠더들은 성과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살고 있는 실정이다. 이태원 등지의 업소에서 극악한 조건에서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사회적 약자들이었었던 이들이 그들만의 공간을 만들어 세상에 자신들을 알리고 있었다.
국내 트랜스젠더 1호 연예인이며, 트랜스젠더를 공론화시킨 역할을 한 하리수씨와 또 다른 트랜스젠더들은 최근 강남에 트랜스젠더들만으로 구성된 클럽을 오픈했다.
넘치는 재능과 끼로 자신들만의 공간을 마련한 이곳에서는 고객들을 위한 퍼포먼스와 쇼로 일반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
이들 스스로가 만든 강남의 번화가에 세워진 트랜스젠더 클럽
성전환 수술을 받았거나 아직 받지 못한 이들은 여성으로서 당당히 대우받기를 원하며 낮에는 다른 일을 하거나 공연 연습에 열중하며 각자 나름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 사진들은 클럽 공연과 모델을 직업으로 하는 트랜스젠더들의 사진들이다.
이번 작업은 소소한 일상과 그들의 커뮤니티를 보여주는 것보다 그들이 가장 행복한 순간을 느끼는 무대에서의 퍼포먼스와 모델이 되었을 때의 모습을 담아 본 것이다.
'세상을 보는 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쪽으로 튀어_오쿠다 히데오 (0) | 2010.03.17 |
---|---|
10 minutes_짧은 순간 배우를 마주하다_권영탕, 이혜영, 최성열 사진전시회 (0) | 2010.03.05 |
숨어들기와 엿보기, 고립과 어울림....방 (0) | 2010.02.10 |
혁명가가 나오기 어려운 이유-인간문제_강경애 (0) | 2010.02.10 |
포토폴리오展_소나무길 고양이_사진전시회 (0) | 2010.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