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_오쿠다 히데오

2010. 3. 17. 16:56세상을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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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때 막연히 '좀 더 좋은 나라에 태어났더라면...'하는 생각을 했다. 군사정권은 군대식으로 국민들을 몰아붙였고 그 피로감은 어린나이의 학생들에게도 그대로 전이되는 것이다.
 머리가 좀 더 커졌을때 든 생각은 '왜 대다수 사람들에게 국가를 선택할 권리는 없는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역시나 입시난 취업난을 거치면서 쌓인 피로감이 이런 생각을 들게 한것이었다.
 어렸을때는 반공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주위에 널린 부조리에 눈을 뜨면서 막연히 사민주의를 동경했다. 하지만 사회생활이란걸 시작하고 부터 무슨주의 무슨주의를 따지는 토론에 나라전체가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것이 보였으며 어느 누구도 인도주의적이고 순수한 의미에서의 운동이란걸 하고 있지 않다는것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노사모에 몸담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그런 순수함에 대한 동경이 아니었나 싶다.
 대장정을 통해 엄청난 일을 해낸 모택동도 공산정권을 수립한 후 반대파를 숙청하고 권력을 공고히 했던 것을 보더라도 인간의 순수함을 믿느니 옆집 똥개를 믿겠다라고 일갈하는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모든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아나키스트가 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속지주의, 속인주의에 의해 태어나는 순간부터 국가와 각종 단체의 간섭을 받기 시작하는 인간이 홀로 자유롭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말은 절대적 진리가 되어버렸고 문명의 혜택을 받지 않고 로빈슨크루소처럼 사는 것은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취급되었다.


 '남쪽으로 튀어'는 어느날 갑자기 로빈슨크루소 처럼 살기로 결심한 가족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예상해본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지로의 눈으로 서술되는 제도와 권력의 속성은 우스꽝스러운 그 본질을 드러내고 우에하라 부부는 전설의 섬 파이파티로마로 떠남으로써 결국 로빈슨크루소 같기도 아나키스트 같기도 하게 되고 만다.


 마치 내가 이리오모테의 해변에 서있는 것처럼 시원한 책이다.

-곤드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