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29. 20:11ㆍ세상을 보는 눈
吐
세종시
2010. 4.1 ~ 4.30
사진전문갤러리 카페<포토텔링>02-747-740
한상훈
2008년 여름, 행정도시 예정지 연기군을 찾았을 때는 이미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던 시기였다. 특별법 통과 이후, 정치권의 논란과 보상 문제를 둘러싼 마을 주민들의 반발도 어느 정도 잦아들어 있었고, 이주도 거의 끝난 상태였으며, 조용히 철거가 진행되고 있었다. 정권이 바뀐 후, 가끔씩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행정도시 건설 예산 축소” 논란이 간간이 언론에 언급되던 것이 당시엔 세종시를 둘러싼 이슈의 전부였다.
터를 닦기 이전 이긴 했지만, 철거가 많이 진행되어 마을의 예전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헐리지 않은 채 흉물스럽게 남아있는 몇몇 집을 제외하곤 어디가 길이었고 집터였는지도 구분하기 어려웠다.
아직 노선이 바뀌지 않은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나온 주민들, 등하교하는 학생들, 그리고 공사 관계자들이 가끔씩 오갈뿐, 마을은 황량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촬영을 하고 있을 때면, 가끔씩 옛 주민들이 찾아 오셔서 말을 건네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주시기도 했다. 면사무소가 어디에 있었고, 이 집엔 누가 살았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추억들을 얘기해 주시기도 했고, 남아있는 사당이나 선산을 직접 데리고 가서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해 주시기도 했다. 몇몇 분들은, 예산을 축소해야한다는 몇몇 정치인들의 발언을 충청도 특유의 해학적이고 투박한 말투로 비판하시기도 했다.
어떤 얘기를 하시든, 말씀해주시는 내내 그 분들의 눈빛에는 어떤 쓸쓸하고 아쉬운, 그리고 불안한 기운이 스며있는 듯 느껴졌다. 그것은 단지 오랜 기간 살던 곳을 떠나고 나서 느끼는 향수와는 뭔가 다른, 말로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기운이었고, 그 기운은 황량한 풍경과 함께 내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어 그 곳에 머무는 내내 마음을 무겁고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4개월 정도를 세종시에 머물며 촬영했다.
그 기간 동안, 오래된 마을의 얼마 남지 않은 흔적들을 담으려 했고, 옛 터는 사라지고 새로운 것은 아직 들어서지 않은 지금 이 순간의 모습과,지속되고 있는 삶의 모습을 남기려 했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묘한 느낌으로 전해오는 마을 주민들의 복잡한 감정들이 사라져가는 마을의 풍경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를 바랐다.
2010년 현재,
세종시는 또다시, 마을을 내어준 주민들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나라 전체를 들썩이게 하는 논란의 중심에 들어가게 되었고, 수많은 말과 논리들, 이권과 세력다툼, 이념과 이념이 맞부딪치며 싸우는 정치 게임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세종시는 황량한 풍경과 불안한 기운을 풍기며, 여전히 빈 터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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