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18. 03:02ㆍ세상을 보는 눈
전시기간: 8월 18일~ 9월 1일
전시장소: 대학로 갤러리카페 <포토텔링>
문의: 02- 747- 7400
www.phototelling.net
phototelling@gmail.com
어둡고 고요한 밤의 풍경 속, 침상에 누워 있는 인물들은 마치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듯 사진 안에 존재한다. 하이 앵글의 풍경은 인물에 비해 제법 원근감이 느껴져 인물들이 나무나 강물 위에 안착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공간에서 부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물들은 잠에 빠져들었고, 스스로에 의해 통제되지 않은 표정과 제스처를 취한다. 잠을 자는 인물들은 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잠자는 행위를 통해 뿜고 있는 어떤 분위기를 통해 인물들의 일상, 성격, 습관, 직업, 관계, 심지어 현재 그들이 꾸고 있는 꿈까지 추측해 볼 수 있다.
왜 "Dream Series"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그리고 단순히 풍경 속에 누워있는 인물들을 덩그러니 제시한 것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나는 현실의 세계를 바탕으로 하지만, 물리적인 힘이 가해지는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한다. 컴퓨터의 툴을 사용하여 단편적으로 카메라에 찍힌 현실의 파편을 모으고 합쳐, 그 안에서 내가 인식하는 세상의 모습으로 재구성한다. 작가의 의지로 재조합된 이미지가 사실적인 사진 결과물로 나타났을 때, 사람들이 이 것을 보고 현실의 공간과 가상의 공간을 대조해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나는 작품을 할 때, 현실의 직접적으로 반영하거나 일상의 틈을 발견하여 그대로 드러내는 것 이상으로 나의 의지로 변형된 현실을 제시하여 감상자의 재미와 관심을 이끌어 내고 이를 통해 그들의 시각이 변화되는 것을 중요시 한다. 나는 시선을 효과적으로 현혹하는 사진매체를 통해 작품의 의도를 강력하게 호소한다.
나는 특히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주변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아파트 등의 고층빌딩에 대하여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초반의 작업은 아파트 광고의 이미지를 키치적으로 극단화하여 합성사진을 만들었고, 특별하지 않은 현실과 특별함을 꿈꾸는 광고이미지 사이의 공허함, 괴리감 등을 표현하였다.
그 다음 작업은, 층층이 분리된 건물들이 하늘 위로 부유하는 모습을 이미지화 하였다. 도시의 빌딩 숲을 보면서 생각했던 핵심적인 생각은 건물이 위치한 공간이 지니고 있는 잠재적인 가치였다. 서울을 걷다 보면 실용적으로 나누어진 많은 방들과 반짝이는 유리 창문들이 균일하고 반복적으로 붙어있는 구조의 고층 건축물들이 장관을 이룬다. 어떤 사람은 현란한 자태가 뽐내는 스펙터클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스펙터클의 표면을 넘어서, 우뚝 선 건물이 침투한 공간, 물리적이지 않은 세계,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생각하고 그려냈다.
하지만 나 자신이 하늘의 공간을 막아선 빌딩이나 아파트 등에 반감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웅대한 건물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작업을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였다.
이번에 "Dream Series"를 구상하면서, 작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본질적인 작업동기와 주거 공간의 본질적인 성격에 대하여 되돌아보고자 노력했다. 나 자신이 빌딩이나 아파트의 숲을 바라보았을 때 처음 가졌던 감정들-압도적인 장관에 억눌려 받았던 반동적 감각에 비추어 진정으로 어떤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지, 그 문제의식이 시각적으로 드러났을 때 스스로가 수긍할 수 있을지 에 대해 생각했다.
그래서 탐구하게 된 주제는 개인의 시간과 공간, 행위들이다.
새로운 작품에서는 기존 작품과는 또 다른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고자 했다. 수많은 가구들의 집합체인 아파트라는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개인 한 사람의 삶과 각자의 꿈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전환하였다. 이러한 시각의 표현은 대중, 사회, 거대사상 등의 거창한 이념보다, 개인으로서 인간의 존재감이나 현존함에 주목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구체적인 장소는 개인이 살아가는 공동주택인 아파트의 침실로 설정하였고, 시간대는 새벽 2~3시경으로 나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개인적인 공간과 시간이다. 공간에 있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산업적이고 기계적으로 제작된 것들을 모두 삭제하고, 인간과 콘크리트 벽 너머의 자연풍경만을 남겼다.
또한 무의식이 지배하는 새벽의 시간에 이루어지는 인간의 무방비한 제스처를 통해, 꿈 속 너머의 풍경 또한 그려볼 수 있도록 의도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시간이 인간의 의식이 멈춰있는 시간이며, 육체의 눈이 물리적인 사물을 보고 느낄 수 없는 죽어있는 시간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어둠의 시간 동안에 인간은 꿈의 세계를 통해 깨어있는 시간 보다 활발한 정신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시간과 공간은 타인이나 사회에서 해방된 자신만을 위한 시간과 공간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 시공간 안에서 개인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고, 자신 또한 인식할 수 없는 자연의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새벽의 개인침실 안에서 홀로 남겨진 그 느낌은 삶의 권태로움이나 절망적인 고독이 아니다. 너무나도 고요하고 어두워서 자신의 존재와 육체, 정신을 온전히 느낄 수밖에 없는 기분 좋은 외로움의 시간이다.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게 되면 나 이외의 모든 것을 잊어버릴 수 있는 명상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것은 흡사 하늘 위를 부유하는 듯한 느낌이다. 사회 속에서 받은 삶에 대한 고민과 걱정들, 어디로 추락할지 모르는 현실의 불안감 속에서 잠시 육체의 눈을 감음으로써, 사람들은 꿈이라는 공기 중의 희망을 부여잡고 각자의 몽유도원도를 그린다. 이렇게 꿈속에서 헤엄칠 수 있는 휴식의 시공간은 나에게, 혹은 많은 개인들에게 중요하고 필요한 시간들이며, 내일로 삶을 연장하기 위한 충전소이다.
우리가 아파트 단지를 바라 볼 때 건물 자체의 스펙터클한 장관에 먼저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아파트도 결국에는 자연환경에 둘러싸여 있으며 사람들이 그들만의 특별한 삶을 영위하는 장소임에도, 시선의 우위선점의 측면에서, 자연과 인간은 아파트의 타자로 전락했다.
나는 이 자연과 인간을 다시 한 번 주체적인 중심으로 이끌어 주고 싶다.
성냥갑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 공간에서, 결코 단 한 명의 사람도 같은 꿈을 꾸고 같은 습관을 가지고 같은 생활을 하지 않음을 이미지의 힘으로 증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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