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18. 01:16ㆍ세상을 보는 눈
- 박준수 사진전 "재즈의 얼굴" -
사진가 박준수의 "재즈의 얼굴" 전이 11월 18일부터 30일까지 대학로 갤러리카페 '포토텔링'에서 열린다.
작가가 지난 3년 동안 진행해 온 재즈 음악인들의 사진기록작업 중에서 '한국 재즈의 대모' 박성연, 재즈 1세대 이동기, 최선배 등을 비롯하여 보컬리스트 말로와 피아니스트 임인건, 윈터플레이의 혜원까지 국내 재즈 씬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18인의 사진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국내 최초로 순수하게 한국의 재즈 연주자만을 집중조명한 사진작업의 일환으로, 한국 재즈사 및 대중음악사에 작지만 의미 있는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박준수 작가는 담담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연주자들의 거칠고 생생한 숨소리까지 꾸밈없이 담아낸다. "때론 텅 빈 객석을 앞에 두고도 묵묵히 자신의 음악을 연주하는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재즈의 얼굴" 전은 사진이라는 시각매체를 통해 한국 재즈의 과거와 현재를 확인하고 관객과 음악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작가노트
먼저 촬영과 전시를 허락해주신 열여덟 분의 재즈 뮤지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울러 이번 전시에 선정되지 못한 다른 음악인들께도 이 자리를 빌어 송구스러운 마음과 함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음악인들의 따뜻한 배려가 작업을 꾸준히 할 수 있는 힘과 용기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가진 것이라고는 열정밖에 없는 애송이 작가를 믿어주시고, 음악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신 ‘한국 재즈의 대모’ 박성연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2007년 여름, 청담동 야누스를 처음으로 방문하던 날, 선생님의 노래에 매료되어 선생님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다고 간곡히 부탁드렸을 때, 선생님께서 거절하셨다면 재즈 음악인들과의 인연도 거기에서 멈추었을 것이다.
지난 3년간 재즈클럽 야누스를 왕래하며 많은 사진을 찍었다. 처음에는 그저 음악이 좋았고 음악인들과 만나는 게 재미있었다. 꾸준히 왕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악인들과 교류가 생기고, 재즈와 재즈를 연주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공연은 매일 밤 계속되었지만 텅 빈 객석을 앞에 두고 연주를 해야 할 때도 많았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조차 연주에 열중하는 음악인들의 모습은 흡사 고행을 하는 수도자처럼 숭고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눈을 감고 연주에 몰입할 때의 표정은 마치 기도를 하는 것 같기도,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했다. 더 좋은 소리와 깨달음을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단련하는 수행자들. 그들은 음계 위에 노닐며 성취와 좌절을 반복하면서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음악인들이 처한 현실이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재즈에 관심을 갖고 재즈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랐다. 작가이기 전에 한 사람의 팬으로서 한국에도 이렇게 훌륭한 연주자들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든 자랑하고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음악보다 더 큰 적막을 온몸으로 마주하고 흔들림 없이 바라볼 수 있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다. 텅 빈 객석과 음악 사이에서 나는 조바심을 내기도, 무력감에 빠지기도, 방황하고 도망치기도 했지만, 결국 내가 찾은 해답은 사진이었다.
돌이켜보면 나를 가장 작가답게 키운 것은 음악인들과의 작업이 아니었나 싶다. 야누스라는 작은 창구를 통해서였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한국 재즈 뮤지션들을 기록해왔다. 나는 여전히 재즈를 모른다. 하지만 한국 재즈와 재즈 음악인들을 좋아한다고는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그동안 작업해 온 결과물을 조심스레 내놓는다. 재즈 음악인과 일반 대중 사이에 작은 징검다리나마 되고 싶은 마음으로.
오늘 밤에도 서울 어느 곳의 재즈클럽에서는 재즈 뮤지션들의 열띤 공연이 펼쳐질 것이다.거리를 걷다가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어디선가 그들의 음악이 들려올지도 모른다. 관객이 있든 없든 그들은 최선을 다해 연주를 계속할 것이다.
이 사진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자신의 음악을 연주해 온 재즈 아티스트들에 대한 기록이자 그들과 함께 했던 사진가가 바치는 존경의 헌사이기도 하다. 그들이 연주하던 그곳에 재즈가 있었고, 연주에 맞춰 뷰파인더 안을 들여다보며 들숨과 날숨을 내쉬던 내가 있었다.
2010년 9월
가을의 초입에서
박준수
전시일정: 11월 18일 ~ 11월 30일
전시장소: 대학로 포토텔링 www.phototelling.net
전시문의: 02.747.7400
박준수
http://mikaphoto.net
twitter: @mikaphot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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